i know you did it all
방문을 여는 순간 뭔가가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화감. 평소의 내 방이 아니었다. 어질러진 채 널브러진 빨랫감과 과자 봉지, 옷 무더기 들. 거기까지는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뭔가 달라져 있다.
천천히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 끈을 푼다. 후각 세포를 긴장시키고 방 안의 공기를 들이마신다. 시큼함과 담배 냄새가 결합한 평소와 같은 냄새 뒤편으로 평소와는 다른 농밀함을 가까스로 감지한다. 공기 속에 부유하는 이 이질의 분자들. 내 두뇌는 전속력으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방 안으로 몇 걸음 더 옮기며 나는 데자뷔를 겪는다. 이 위화감 속에는 어딘가 그리운 구석이 있다. 유년 시절 겨울날에 아랫목을 파고들며 느끼곤 했던 아늑함… 이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가 아직 원숭이일 무렵 사냥과 채집을 마치고 저녁에 화롯불에 둘러앉아 느꼈을, 노곤함 섞인 안도감과 닮았는지도 모른다.
그랬다. 보일러를 외출로 안 돌리고 출근했다.